건강기능식품 성분의 선입견, 천연과 합성의 오해와 진실
자연이라는 단어가 주는 착각
60대를 살아가는 제 주변에는 건강기능식품을 하루도 빠짐없이 챙겨 먹는 이들이 많습니다. 저 역시 예외는 아니죠. 비타민, 오메가3, 홍삼, 유산균 등 이름만 들어도 익숙한 제품들이 식탁 위에 놓여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 참 묘합니다. 똑같은 성분이라 해도 '천연'이라는 말이 붙으면 왠지 더 안전하고 건강에 좋을 것 같고, '합성'이라는 단어가 붙으면 어딘가 인공적이고 몸에 해로울 것 같은 생각이 들죠.
이런 인식은 어디서부터 비롯된 걸까요? 아마도 '자연은 착하고, 화학은 위험하다'는 막연한 믿음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건강을 지키기 위해 먹는 기능식품이라면, 이제는 이 선입견에서 조금 벗어나야 할 때입니다.
성분은 같고, 방식만 다를 뿐
천연과 합성, 이 둘의 차이는 본질적으로 '만드는 방식'에 있습니다. 예를 들어, 비타민C는 레몬이나 파프리카 같은 식물에서 추출할 수도 있고, 실험실에서 화학적으로 합성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두 경우 모두 최종적으로 얻어지는 비타민C의 구조는 동일하다는 점입니다.
몸속에서는 천연이든 합성이든 똑같은 '비타민C'로 인식하고 흡수합니다. 어느 쪽이든 분자구조가 같다면 기능도 같습니다. 오히려 합성 성분은 불순물이 적고, 일정한 함량을 유지할 수 있어 품질 관리 측면에서 더 나은 경우도 있습니다.
천연 성분, 정말 더 안전할까?
물론 천연이라는 말이 주는 긍정적인 이미지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자연에서 얻은 성분이 왠지 모르게 더 부드럽고 순할 것 같다는 인식이 있죠. 하지만 천연이라고 해서 무조건 안전한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어떤 식물 성분은 강한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할 수 있고, 자라는 환경에 따라 농약이나 중금속에 오염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또 천연물은 수확 시기나 원산지에 따라 성분 함량이 달라질 수 있어, 일정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화학성분은 정말 해로운가?
'화학'이라는 말이 주는 인공적이고 부정적인 느낌은 사실 과장된 면이 많습니다. 우리 몸도 결국 화학으로 이루어져 있고,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 물, 공기 속에도 다양한 화학 물질이 포함돼 있죠.
건강기능식품에서 사용하는 합성 성분은 식약처의 엄격한 기준을 통과해야만 제품화될 수 있습니다. 특히 비타민, 미네랄 같은 기본적인 영양소는 오히려 합성으로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 소비자에게는 더 유리할 수 있습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천연’이 아니라 ‘검증’
건강기능식품을 고를 때 진짜로 따져봐야 할 것은 그 성분이 천연인지 합성인지가 아닙니다. 제품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 얼마나 안정성이 검증되었는지, 그리고 식약처 인증을 받았는지 등의 객관적인 정보가 훨씬 중요합니다.
제품 뒷면에 있는 '건강기능식품' 마크, 원료 출처, 성분 함량, 제조사의 신뢰도 등을 꼼꼼히 살펴보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또한 지나친 복용은 오히려 몸에 부담을 줄 수 있으니, 꼭 필요한 성분만, 적정량을 섭취하는 것도 건강을 지키는 지혜입니다.
이제는 올바른 선택이 필요할 때
‘천연이니까 무조건 좋다’, ‘합성이니까 몸에 안 좋다’는 단순한 구분은 이제 의미가 없습니다. 건강기능식품을 현명하게 고르기 위해서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잠시 내려놓고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정보를 보는 눈을 길러야 합니다.
자연을 좋아하는 마음은 여전히 소중합니다. 하지만 그 마음만으로 건강을 지킬 수는 없습니다. 진짜 내 몸을 위한 선택은, '좋은 이미지'가 아니라 '확실한 정보'에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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