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쾌감증 원인과 극복, 여에스더 사례로 보는 정신건강의 민낯

 


‘잘 나가는 사람’도 무너질 수 있다는 것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여에스더’라는 이름은 하나의 브랜드였습니다. 의사 출신이라는 전문성에, 성실하고 신뢰감 있는 이미지까지 더해져 많은 이들의 신뢰를 받아온 인물이었죠. 그녀가 만든 비타민은 홈쇼핑에서 매진을 거듭했고, 수천억 원의 매출은 그의 성공을 입증하는 수치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뉴스를 통해 전해진 소식은 충격적이었습니다. 매출 급감, 국세청 세무조사, 그리고 그녀의 입을 통해 전해진 말 한마디, “심한 우울증과 무쾌감증을 겪고 있다.” 화려한 겉모습 뒤에 감춰진 고통, 그 민낯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습니다. 이쯤 되면 우리는 한 가지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도대체 무쾌감증이란 무엇일까?’


아무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삶

무쾌감증(Anhedonia)은 말 그대로 ‘기쁨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를 뜻합니다. 웃긴 드라마를 봐도, 좋아하던 음식을 먹어도, 오래 기다리던 여행을 떠나도 아무런 감정의 파동이 일어나지 않는 것. 흔히 우울증의 한 증상으로 여겨지지만, 단순한 ‘우울함’과는 결이 다릅니다.

우울증은 슬픔, 절망감, 무기력 등의 감정을 강하게 느끼는 반면, 무쾌감증은 ‘감정 자체가 사라진 상태’에 가깝습니다. 기쁜 일에도 무덤덤하고, 즐거운 활동에도 흥미를 느끼지 못합니다. 마치 삶의 색깔이 모두 빠져나간 듯한 느낌이죠.

겉으로 보기에 아무 문제없어 보이는 사람이 느닷없이 “아무 것도 재미없다”고 털어놓는다면, 그것은 단순한 짜증이나 피곤함이 아닐 수 있습니다. 이 무쾌감증이 시작되는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왜 무쾌감증이 생기는 걸까?

정신의학적으로 무쾌감증은 뇌의 도파민 시스템 이상과 연관이 있습니다. 도파민은 우리에게 ‘기쁨’을 느끼게 해주는 신경전달물질인데, 이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 어떤 자극에도 뇌가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이상은 단순히 뇌 안에서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장기간의 스트레스, 수면 부족, 과도한 책임감, 그리고 완벽주의 성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도파민 시스템을 고갈시킬 수 있습니다. 이는 여에스더 박사의 경우와도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그녀는 수년간 TV 출연, 제품 개발, 회사 운영까지 혼자 감당해왔습니다. 높은 성취욕과 끝없는 자기 관리 속에서, 감정은 뒷전으로 밀렸을 가능성이 큽니다. 문제는 이러한 과정이 일상적으로 반복되다 보면, 뇌는 ‘즐거움을 잊는 법’을 배우게 된다는 데 있습니다.


조용히 무너지는 사람들

무쾌감증은 목소리를 높이지 않습니다. 조용히, 아주 조용히 사람을 무너뜨립니다. 특히 성공한 사람, 책임이 많은 사람, 타인의 기대를 짊어진 사람에게 더 자주 찾아옵니다. 왜냐하면 이들은 감정을 표현하거나 도움을 요청하는 데 익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 정도는 이겨내야지.”
“내가 이런 걸로 흔들리면 안 되지.”
“나보다 더 힘든 사람도 많은데…”

이런 생각들이 감정을 묻고, 결국 감정은 어느 순간부터 사라지기 시작합니다. 심지어 본인조차도 그것이 문제인지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감정을 되찾는 방법

무쾌감증은 ‘의지’로 극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이는 ‘치료’가 필요한 상태이며,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다행히 무쾌감증은 적절한 상담과 약물치료를 통해 회복이 가능한 상태입니다.

그렇다고 반드시 병원부터 갈 필요는 없습니다. 일단은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래와 같은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세요.

  • 내가 최근에 웃은 적이 있었나?

  • 예전에는 좋아했던 일이 왜 요즘엔 아무 느낌이 없을까?

  • 감정이 ‘죽은’ 느낌이 든다면, 그 시작은 언제였을까?

그리고, 가능한 한 작은 일부터 다시 시작해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억지로라도 산책을 나가고, 음악을 듣고, 햇볕을 쬐는 것만으로도 뇌는 조금씩 반응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자신을 다그치지 않는 것입니다. “왜 이 정도도 못 견디지?”라는 생각은 회복을 더디게 만들 뿐입니다.


무쾌감증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여에스더 박사의 고백은 충격적이면서도 소중한 메시지를 던져줍니다. “겉보기에 괜찮아 보인다고 해서, 그 사람의 내면이 온전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누구나 감정의 결핍을 겪을 수 있습니다. 그것이 부끄러운 일도, 약한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을 알아차리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진짜 용기입니다.

만약 지금 당신이 아무런 이유 없이 공허하고, 무기력하며, 모든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진다면, 지금이 바로 당신의 마음을 살피고 돌볼 시간입니다.

당신의 감정은 살아 있습니다. 단지, 조금 지쳐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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