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분명처방 vs 상품명처방: 왜 의사들은 상품명처방을 고집하는가?

 


오늘날 의료계에서 꽤 뜨겁게 논의되고 있는 주제가 있습니다. 바로 "성분명처방"과 "상품명처방(약품명처방)" 사이의 선택 문제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환자로 살아가는 우리는 처방전을 받을 때 "○○성분"인지 "브랜드명○○"인지 뒤늦게 고민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왜 많은 의사들이 여전히 '브랜드명(상품명)처방'을 고집하는 걸까요? 또한, 정말로 '성분명처방'이 더 합리적인 선택일 수는 없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이 질문을 중심으로 국내 맥락을 고려해 차근차근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처방의 개념

  • 성분명처방 : 약의 활성성분으로 처방하는 방식입니다. 제네릭 약물들이 이 방식으로 많이 공급됩니다.

  • 상품명처방(약품명처방, 브랜드명처방) : 제약회사가 붙인 브랜드명으로 처방하는 방식입니다.

이 둘은 단순히 이름이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처방 습관, 비용 구조, 환자 인식, 의사 판단까지 여러 층위에서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왜 의사들은 상품명처방을 고집하는가?

의사 입장에서 브랜드명을 쓰는 데는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습니다.

(1) 익숙함과 소통 효율

의사들은 진료 중 많은 약품명을 떠올리고 처방해야 합니다. 브랜드명을 사용하는 것이 기억하기도 쉽고, 환자나 약사에게 설명하기도 간편합니다. 바쁜 진료 환경에서 "○○브랜드 약으로 푼다"고 말하면 환자도 이해가 빠른 경우가 많습니다.

(2) 신뢰감 및 심리적 요인

환자나 의사 모두에게 브랜드명 약물은 익숙한 얼굴일 수 있습니다. 브랜드가 마케팅을 통해 인지도가 높아질수록 "이 약이 더 믿을 만하다"는 심리가 형성될 수 있습니다. 의사 입장에선 환자의 신뢰를 얻는 것이 치료 순응도와 직결되기 때문에, 브랜드명 사용이 부담이 덜한 선택이 되기도 합니다.

(3) 제약회사 마케팅 및 구조적 영향

의사 처방 행태가 제약회사 마케팅 및 이해관계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구조적 영향이 전혀 없다고 단정하긴 어렵습니다.

(4) 환자 케어 및 안전성 우려

특히 치료지수가 좁은 약물에서는 의사들이 "브랜드만 써왔다면 안정돼 왔다"는 이유로 브랜드명처방을 계속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제네릭 간, 브랜드와 제네릭 간 미세한 차이가 실제 임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도 있습니다. 환자가 여러 약을 복용 중이거나 약이 바뀌면 복약 혼란이 생긴다는 우려 역시 작용합니다.


그렇다면 성분명처방이 덜 합리한가?

성분명처방이 갖는 장점도 적지 않으며, 현실적인 한계도 함께 존재합니다.

성분명처방의 장점

  • 비용 절감 가능성: 제네릭 약물은 브랜드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되므로 환자 부담과 의료비 총액이 줄어듭니다.

  • 제약사 독점 완화 및 접근성 증가: 브랜드 특허가 끝난 뒤 여러 제약사가 동일 성분 약을 공급하게 되면 선택지가 넓어집니다.

  • 의료인·환자 간 커뮤니케이션의 일관성: 활성성분명으로 통일해 처방하면 약사·의료인 간, 또는 해외 약물을 다룰 때 혼란이 적습니다.

성분명처방의 한계

  • 동등성에 대한 우려: 제네릭은 브랜드와 동일한 성분을 쓰지만 제형이나 흡수율 등이 완전히 같지는 않을 수 있으며, 환자 상태에 따라 효과나 부작용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 복약 순응도 저하 가능성: 약의 모양, 색깔, 포장 등이 바뀌면 고령자나 다약제 복용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습니다.

  • 의사·환자 신뢰 부족: 아직 일부에게는 브랜드 약이 더 안전하다는 인식이 남아 있습니다.

  • 예외 상황 존재: 치료지수가 좁거나 환자 상태가 특수한 경우에는 브랜드명처방이 더 적절한 경우도 있습니다.


한국적 맥락에서 바라본 문제

한국도 의료비 증가, 보험재정 압박 속에서 제네릭 확대와 성분명처방 논의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환자들은 여전히 브랜드 약에 대한 신뢰감이 높고, 의사들도 브랜드명을 기억하기 쉬우며 처방 시스템 자체가 브랜드 중심으로 설계된 경우가 많습니다.

성분명처방 확대를 위해서는 단순한 비용 절감 논리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의사 교육, 환자 인식 개선, 제네릭의 품질 신뢰 확보, 제도적 지원이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환자의 자세

의사들이 상품명처방을 선호하는 이유는 단순한 고집이 아니라 익숙함, 신뢰감, 마케팅, 환자관리, 제도 구조 등 다양한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성분명처방은 의료비 절감과 접근성 확대라는 측면에서 분명한 장점이 있으나, 모든 상황에 일괄적으로 적용하기보다는 약물의 특성, 환자의 상태, 의료 환경을 고려한 유연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환자 입장에서도 처방전의 약명이 성분명인지 브랜드명인지 한번쯤 확인해보고, 의사에게 “왜 이 약을 선택하셨는지” 질문해보는 것이 바람직한 의료소통의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이제는 성분명과 상품명, 어느 하나를 무조건 옳다고 단정하기보다는, 각각의 상황과 목적에 맞는 처방 문화를 만들어갈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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