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페스 99.99% 완치? EGCG 광고, 믿어도 될까
입술 수포의 시작, 그 불청객의 이름
입술 끝이 간질간질해지기 시작하면, 이제 곧 그놈이 올라오겠구나 싶습니다. 거울 앞에서 유심히 살펴보면 어느새 작게 부풀어오른 수포 하나. 저는 평생 이 '반가운 불청객'과 함께 살아왔습니다. 원인을 따져보면 그때그때 다르지만, 유독 MSG가 많이 들어간 음식을 먹은 날이면 높은 확률로 나타나곤 했습니다.
헤르페스는 왜 완치가 어려운가
병원에서는 단순포진바이러스(HSV) 감염에 의한 헤르페스라고 했습니다. 전염성도 있고, 완치가 어렵다는 말에 처음엔 꽤나 충격을 받았죠. 약을 바르거나 항바이러스제를 먹으면 좀 가라앉지만, 몸이 피곤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다시 도지는 고질병이 되어버렸습니다.
'99.99% 완치'? EGCG 광고의 실체
그래서일까요. "99.99% 박멸! 헤르페스 완치 성분 발견!" 같은 기사를 보면, 저도 모르게 클릭하게 됩니다. 최근에는 EGCG라는 성분이 미국 주정부 산하 연구기관에서 효과를 입증받았다는 뉴스가 돌더군요. 녹차에서 추출되는 항산화 물질, 이름도 낯익습니다. 평소 녹차를 좋아하니 괜히 더 관심이 갔습니다. 그런데 정말 사실일까요?
EGCG(Epigallocatechin gallate)는 분명 연구에서 다양한 효능이 밝혀지고 있는 성분입니다. 항산화, 항염, 심혈관 보호 효과 등 꽤 많은 논문이 존재합니다. 일부 시험관 실험에서는 항바이러스 효과도 일부 보고된 바 있죠. 하지만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시험관 실험(in vitro)'과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in vivo)'은 전혀 다른 이야기라는 겁니다.
과장된 희망에 속지 않기 위해
특정 바이러스가 실험실에서 EGCG에 의해 억제되었다고 해서, 그것이 실제 사람 몸속에서 동일하게 작동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미국 정부나 주정부의 공식 연구기관에서 발표했다는 출처가 불분명한 기사들이 대부분입니다. 정작 논문 검색 사이트나 정부 보고서 어디에도 해당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는 건, 이 뉴스가 '사실'보다는 '선전'에 가깝다는 뜻이죠.
헤르페스는 현재까지 완치가 불가능한 바이러스입니다. 몸 속 신경절에 잠복해 있다가 면역이 약해질 때 다시 활성화되는 특성 때문입니다. 그래서 현대의학에서도 '치료'보다는 '관리'에 중점을 둡니다. 아시클로버(Acyclovir)나 발라시클로버(Valacyclovir) 같은 항바이러스제가 효과적이지만, 이것도 재발을 막는 약이지 뿌리부터 없애는 약은 아닙니다.
진짜 정보를 고르는 기준
그런데도 사람들은 '완치'라는 말에 끌립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광고성 글들이 늘 시장에 나오는 것이겠지요. 특히 '자연유래 성분', '연구기관 발표' 같은 말이 붙으면 경계심이 느슨해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과학은 느리지만 정직하게 움직이고, 과장된 기대는 오히려 실망만 안겨줍니다.
EGCG가 효과가 없다는 말이 아닙니다. 다만 그것이 '99.99% 박멸'이라는 식의 주장은 허위에 가깝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항바이러스 효과를 인정받으려면 수년 간의 임상시험과 승인 과정을 거쳐야 하고, 그 모든 절차는 투명하게 공개됩니다. 그런 공식 루트 없이 입소문이나 블로그, SNS에서만 도는 정보라면 반드시 의심해보아야 합니다.
헤르페스와 함께 살아가는 법
헤르페스를 앓는 많은 분들께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병 자체보다 더 위험한 건, 병에 대한 잘못된 정보입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허위 정보에 흔들리지 않는 것, 그리고 꾸준한 관리와 신뢰할 수 있는 의학적 도움을 받는 것입니다.
저처럼 입술 끝의 신호에 민감해진 분들이라면, 공감하실 겁니다. 당장의 고통을 줄이고 싶고, 언젠가는 완전히 없애고 싶다는 마음. 그 마음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 냉정해져야 합니다. '진짜 정보'는 자극적이지 않지만, 결국엔 우리 몸을 지켜주는 든든한 친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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