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라이프스타일, 베지테리언과의 경계 어디까지일까?

 

요즘 마트나 카페 메뉴판을 들여다보면 ‘비건 인증’, ‘식물성’이라는 말이 더 이상 낯설지 않습니다. 주변에 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사람도 심심치 않게 보이고요. 누군가 “나 비건이야”라고 말할 때, 어떤 이는 “아~ 채식하는구나”라고 이해하지만, 사실 그 말 한마디엔 꽤 복잡한 철학과 실천이 담겨 있습니다. 흔히 혼동되는 ‘비건’과 ‘베지테리언’,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다른 걸까요?

둘 다 고기를 안 먹는다는 점은 같지만

비건(Vegan)과 베지테리언(Vegetarian)은 기본적으로 동물성 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접근 방식은 확연히 다릅니다.

베지테리언은 비교적 ‘식단 중심’의 개념입니다. 고기는 피하지만 우유, 달걀 같은 동물성 식품은 어느 정도 섭취합니다. 개인의 건강, 체질, 종교, 환경 보호 등의 이유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비건은 식습관을 넘어 하나의 ‘삶의 철학’에 가깝습니다. 고기뿐 아니라 유제품, 달걀, 꿀도 먹지 않으며, 가죽 제품이나 동물 실험 화장품도 거부합니다. 인간의 필요를 위해 동물을 착취하지 않겠다는 윤리적 결심이 핵심입니다.

식단만 보면 구분이 헷갈릴 수도 있어요

베지테리언은 다시 세분화됩니다. 달걀은 먹지만 유제품은 안 먹는 ‘오보 베지테리언’, 반대로 우유는 먹지만 달걀은 안 먹는 ‘라토 베지테리언’, 둘 다 먹는 ‘락토-오보 베지테리언’도 있습니다. 생선은 먹되 육류는 피하는 ‘페스코 베지테리언’도 있고요. 요즘엔 ‘플렉시테리언’처럼 채식 위주로 하되 때때로 고기를 먹는 사람들도 늘고 있죠.

이렇게 보면 단순히 ‘채식주의’라는 한 단어로는 이들의 다양성을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비건은 이 모든 분류에서 가장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쪽입니다.

‘왜 채식을 하느냐’에 따라 방향이 달라집니다

누군가는 건강을 위해 채식을 시작하고, 누군가는 기후 위기와 축산업 문제를 알게 된 후 육식을 끊습니다. 또 어떤 이는 동물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비건이 되죠. 이유가 다르니 실천 방식도 달라집니다.

베지테리언은 유연한 선택이 가능한 반면, 비건은 일상에서 선택의 폭이 상대적으로 좁습니다. 외식할 때부터 의류 쇼핑, 화장품 구매까지 고려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비건은 종종 ‘라이프스타일’이라는 표현으로 설명됩니다.

서로 다른 길, 그러나 같은 방향

비건과 베지테리언은 분명 다른 경계를 갖고 있지만, 그 방향은 결국 비슷합니다. 동물과 환경을 생각하고, 건강한 식습관을 고민한다는 점에서 말이죠. 중요한 건 나의 실천이 완벽하냐가 아니라, 나와 타인의 선택을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태도 아닐까요?

누군가의 비건 선언이 낯설게 느껴질지 몰라도, 그것이 단순한 유행이 아닌 삶의 방향일 수 있다는 점을 알아두면 좋겠습니다. 그 경계는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