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상추 효능, 불면증과 면역력에 탁월한 약용식물

 


왜 눈길을 끌지 않는 이 식물이 주목받을까

집 근처 산책길을 걷다 보면 이름 모를 풀들이 길가에 무성하게 자라 있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됩니다. 대개는 관심을 두지 않고 스쳐 지나가지만, 그중에 유독 눈길을 끄는 식물이 하나 있습니다. 마치 상추처럼 생겼지만 줄기에는 가시가 도드라지고, 키는 성인 허리 이상에 이르는—이름하여 ‘가시상추’입니다.

이 식물은 사실 우리 땅에 뿌리내린 외래종입니다. 그런데 몇 해를 지켜보아도 주변 풀처럼 폭발적으로 번지지 않고, 오히려 특정한 장소에만 군락을 이루며 조용히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겉보기에는 수풀 사이에 숨은 잡초 같지만, 알고 보면 놀라운 약효를 지닌 식물이기도 하지요.


들판의 이방인, 가시상추를 다시 보다

가시상추(Lactuca serriola)는 이름 그대로 상추과에 속한 식물입니다. 유럽과 서아시아가 원산지인 이 식물은 여러 나라에서 ‘야생 상추(wild lettuce)’로 불리며 오랜 시간 약초로 활용되어 왔습니다. 우리나라에는 20세기 중반 이후 유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초여름에서 가을 사이 도심 근교나 야산, 길가 등지에서 자라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잎은 상추를 닮았지만 끝이 뾰족하고 거칠며, 잎 뒷면에는 눈에 띄는 가시가 나 있어 금방 알아볼 수 있습니다. 키는 1~2미터까지 자라고, 꽃은 노란색으로 국화처럼 피어납니다. 잎을 자르면 하얀 유액이 나오는데, 이 성분이 바로 약리효과와 관련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불면증과 면역력 강화에 효과? 과학이 말하는 가시상추

가시상추가 약초로 주목받는 이유는 그 안에 함유된 유액 성분 때문입니다. 이 유액에는 락투카리움(lactucarium)이라는 물질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천연 진정제 성분으로 알려져 있으며 불면증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들이 있습니다.

또한 가시상추에는 플라보노이드, 폴리페놀 등의 항산화 성분이 풍부해 체내 활성산소를 억제하고, 세포 손상을 막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면역력 강화에도 효과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항염작용, 진통작용에 대한 가능성도 제시하고 있어, 앞으로의 활용 가치가 더욱 기대되는 식물입니다.

물론 식용 상추처럼 생으로 먹기보다는, 말린 잎이나 줄기를 달여 차로 마시거나 유액을 추출한 형태로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민간요법에서는 진정 효과 외에도 기침, 관절 통증 등에 활용해왔다고 전해지지만, 모든 약용 식물이 그렇듯 과도한 섭취나 자가치료는 피해야 합니다.


우리가 가시상추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

가시상추. 그동안은 외래종이라는 이유만으로 ‘제거 대상’ 취급을 받아왔지만, 그 속에는 인류의 오랜 지혜와 자연의 가능성이 숨어 있었습니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지금도 허브나 차로 활용되고 있으며, 천연 성분 기반의 약제로 개발하려는 시도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자연 속에서 무심코 지나치는 것들 가운데에는, 이렇게 놀라운 가치를 지닌 존재들이 적지 않습니다. 가시상추는 그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일 것입니다. 무작정 뽑아내기보다는, 그것이 어떤 이야기를 지니고 있는지를 한번쯤 귀 기울여 보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혹시 시골길을 걸을 기회가 생겨 가시상추를 마주하게 된다면, 잠시 멈춰서서 바라보세요. 거친 가시 너머에 숨겨진 자연의 깊은 의도를 느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