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 근육이 줄어들면 루게릭병을 의심해봐야
아무도 모르게 시작되는 병
몸이 조금씩 말라가는 병이 있습니다. 정확한 이름은 근위축성 측삭경화증, 흔히 루게릭병이라고 부르죠. 병은 조용히 시작되지만, 한 번 걸리면 아직까지 완치 방법이 없습니다. 세계적인 과학자들이 연구를 거듭하고 있지만, 현대 의학으로는 병의 진행을 막거나 되돌리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현실입니다.
작고 중요한 첫 신호
루게릭병은 뇌와 척수에서 근육을 움직이게 하는 운동신경세포가 서서히 죽어가는 병입니다. 처음엔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들고, 손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거나 걸을 때 자꾸 넘어지는 일이 생깁니다. 하지만 이 병의 가장 무서운 점은, 시작이 너무 조용하다는 데 있습니다.
제가 여러 명의 루게릭병 환자들을 지켜보며 공통적으로 발견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병이 시작되던 바로 그 시점부터 어김없이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죠. 바로 "첫번째 등쪽뼈사이근"이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한다는 점입니다.
'첫 번째 등쪽뼈사이근'에 주목하라
정확한 이름은 "첫번째 등쪽뼈사이근(First Dorsal Interosseous muscle)"입니다. 이 근육은 손의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 사이에 위치해 있으며, 손가락을 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평소에는 신경 쓰지 않지만, 루게릭병이 시작되면 이 작은 근육부터 빠르게 위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근육이 줄어들면 손등이 눈에 띄게 푹 꺼져 보이거나, 엄지와 집게손가락 사이가 몰라보게 가늘어지고 손가락이 조금씩 힘이 빠집니다. 이는 단순한 노화나 피로 때문이 아니라, 운동신경세포가 기능을 잃고 있다는 명확한 신호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와 관련된 의학 논문들도 있습니다. 초기 루게릭병 환자의 근전도 검사 결과, 이 근육의 활성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경우가 다수 보고되고 있습니다. 즉, 이 근육이 줄어든다는 건 단순한 근육 손실이 아니라 뇌와 척수에서 보내는 신경신호가 약해졌다는 뜻입니다.
그냥 넘기면 안 되는 신호
무서운 건 이게 병의 시작이라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손에 힘이 빠지거나 손등이 꺼지면 단순히 무리해서 그렇다고 넘깁니다. 그러나 만약 최근 들어 이유 없이 한쪽 손이 유난히 말라 보인다면, 특히 엄지와 집게손가락 사이가 유난히 꺼졌다면, 반드시 의사의 진료를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이 병은 조기에 발견해도 치료는 어렵지만,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데는 분명 의미가 있습니다. 물리치료나 운동, 그리고 생활 습관 개선으로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납니다.
손등이 말해주는 신호
몸은 정직합니다. 특히 손의 작은 근육들은 눈에 띄게 줄어들기 전까지 거의 변하지 않기 때문에, 변화가 보였다면 이유가 있는 겁니다. "첫번째 등쪽뼈사이근"과 같이 작고 생소한 이름의 근육의 변화가 때론 생명을 지키는 신호가 될 수도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이상하다고 느껴진다면, 지금 바로 손등을 펼쳐보세요. 엄지와 집게손가락 사이가 평소보다 꺼져 보이지는 않나요? 그렇다면 그건 단순한 근육통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작은 변화가 큰 병의 시작일 수 있다는 사실, 꼭 기억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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